다중채무자 역대 최다 450만명...상환 능력 한계치

힐링경제 승인 2024.02.13 11:10 의견 0

물가 상승 압박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가운데, 더 이상 빌릴 곳도 없고 갚을 길도 막막한 한계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말하며, 높은 금리에 가장 취약한 만큼 한은·금융당국의 집중 감시·관리 대상이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단순히 다중채무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지표상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평균 연체율은 1.5%로 추산돼 2019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여전히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DSR이 70%를 넘은 차주가 279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는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취약 차주'로 정의할 경우, 이들의 비중은 2020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인 6.5%를 차지했다.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였으며, 35.5%는 DSR이 70% 이상이었다. 이는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주의 DSR이 오르면서 소비 임계 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하 시점 지연은 한계 대출자 증가와 금융 시스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 완화 방안 마련과 금융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시급히 해야 할 것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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