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3연속 인상·빅스텝' 가능성↑

한미 금리 역전·환율 상승 부담, 빅스텝 압력 키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소비위축·경기침체 우려도
13일 금통위 주목…전문가들, 연말 기준금리 2.50∼2.75% 전망

힐링경제 승인 2022.07.11 13:23 의견 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13일 초유의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6%에 이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4%에 육박한 기대인플레이션율,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환율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0.25%포인트(p) 인상만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다수 금융·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금통위가 쉽게 빅 스텝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금통위는 지난 5월 26일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50→1.75%) 높였다.

4월(0.25%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었는데, 만약 예상대로 오는 13일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사상 첫 '3회 연속 인상' 기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이 이처럼 이례적 기준금리 줄인상, 더구나 역대 최초 0.50%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두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전망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가격도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가 다시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수도 있다. 한은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한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빅 스텝으로 강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은이 이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마찬가지로 일단 경기 둔화보다는 물가부터 잡는 쪽으로 스탠스(입장·태도)를 정한 것 같다"며 "중앙은행으로서 경기 둔화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 빅 스텝을 결정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래픽]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한 점도 빅 스텝 전망의 주요 근거로 거론됐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인데, 금통위가 13일 0.25%포인트만 올리고 미국 연준이 빅 스텝만 밟아도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만 올렸을 때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 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 같은데, 실제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수입 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하 교수도 "한은이 만약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고도 환율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다면 빅 스텝을 굳이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역시 "한국 금통위 회의 직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이어질 텐데, 자이언트 스텝의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도 일단 0.50%포인트를 먼저 올려놓고 향후 지표를 보고 속도를 조정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0.25%포인트만 올리면 외환시장에서 내외 금리차를 이용하는 세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충분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빅 스텝에 무게를 뒀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금통위가 물가와 환율 관리에만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 경기도 나빠져 소비가 위축되고 실물 경기가 뚜렷하게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기관이 금통위의 0.50%포인트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빅 스텝 확률을 절반 이하인 40% 정도로 분석했다.

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0.5%포인트 빅 스텝으로 올해 가계 소비 지출 증가율이 0.5%포인트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과의 통화정책 소통 측면에서도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7월과 8월에 6월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데, 그럼 그때마다 빅 스텝에 나설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고, 수출 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 빅 스텝 이후 경기가 침체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G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연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이 2.50∼2.75%(현재 1.7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시장의 눈높이가 한때 3.00%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지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는 경기 침체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연구위원은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대 중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이번 빅 스텝을 가정하면, 남은 세 차례 금통위 회의 가운데 한두 차례 정도 0.25%포인트씩 올라 2.50∼2.75%가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이달 빅 스텝을 포함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2.50∼2.75%로 예상했고, 박 실장과 하 교수는 2.75%를 올해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로 제시했다.

주 실장은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달 회의까지 남은 네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연속 인상을 통해 2.75%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기준금리가 2.25%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3분기부터 하강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도 7∼8월 0.25%포인트씩 두 차례 올린 뒤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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