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전세계 12억명 '복합 악재' 노출…대부분 아프리카 지역

빈곤에도 허덕…에너지 위기 속 전기 못쓰는 인구 7억3천만명

힐링경제 승인 2022.06.23 09:46 의견 0

"(식량) 원조가 없었다면 여기 모든 사람이 굶어 죽었을 거예요."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배급소 앞에 줄을 선 알리아는 WFP에 "지난해 정부가 바뀐 이후 실업률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알리아는 아이 7명을 키우고 있으며 남편은 건강 문제로 일을 못 하고 있다. 알리아는 작은 미용실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8월 여성을 차별하는 탈레반의 재집권과 경제 위기로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계속되는 가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에너지 위기가 아프가니스탄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2천만명 가까이가 식량 불안에 직면했으며, 많은 사람이 농작물 수확기가 돌아올 때까지 먹거리를 사기 위해 땅과 다른 자산을 담보로 잡혀 빚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WFP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인 남수단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전기 이용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에 따르면 남수단 인구 1천100만명 가운데 전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7%에 그친다. 100명 중 93명은 전기 없이 사는 것이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밀가루를 파는 한 상점의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2년이 넘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지만 기초 체력이 허약한 가난한 나라의 고통은 더 컸다. 국민의 생계난은 심해졌고 나랏빚은 크게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식량·에너지 위기를 키우고 있고, 그 충격파는 빈국들에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에서 '퍼펙트 스톰'(복합 악재)이 닥친 국가에 사는 인구를 12억명으로 보고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다.

이 지역에선 2명 중 1명꼴로 부채·식량·에너지 위기에 노출된 나라에 살고 있다. 1억2천600만명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고, 4억3천600만명이 빈곤에 직면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19년 64.3%에서 2021년 71.4%로 늘어났다. 올해 채무 상환에 세입의 11.5%를 써야 할 정도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1천700만명이 영양 부족, 2천만명이 빈곤에 처해 있다.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66.6%에서 74.5%로 뛰었고, 올해 대외채무를 갚는데 세입의 28.1%나 써야 하는 실정이다.

남아시아에선 1억9천200만명이 빈곤에 직면했다.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54.2%에서 83.3%로 급상승했다. 남아시아의 섬나라 스리랑카는 대외채무를 갚지 못하는 국가 부도 상황까지 맞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와 천연가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편적인 에너지 접근권 확보를 위한 길은 험난해졌다.

IEA와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등 5개 국제기구가 이달 1일 내놓은 'SDG(지속가능발전목표)7 추적: 에너지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2020년 7억3천300만명에서 2030년 6억7천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6억7천만명은 지난해 추산보다 1천만명가량 많은 것으로 감소 속도가 둔화하는 셈이다.

유엔은 2015년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17개 정책 목표(SDGs)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는데, 이중 SDG7은 7번째 목표로 모두를 위한 에너지 보장을 담고 있다.

세계 인구 대비 전기 보급률은 2010년 83%에서 2020년 91%로 높아졌는데 2030년에는 92%로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 보급이 가장 덜 된 지역은 아프리카다. 5억6천800만명이 전기를 못 쓰고 있다. 특히 전기 없는 사는 세계 인구 가운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비중은 2018년 71%에서 2020년 77%로 커졌다.

인구 대비 전기 보급률이 낮은 국가는 남수단(7%), 차드(11%), 부룬디(12%), 말라위·중앙아프리카공화국(각 15%) 등의 순으로 상위 20개국의 대부분은 아프리카 지역에 있다.

IEA는 이달 20일 '아프리카 에너지 전망 2022'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은 아프리카 경제의 부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안 될 정도로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책임이 덜한 데도 대규모 가뭄 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와 국제사회는 모든 아프리카인에게 현대적이고 적정한 가격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즉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힐링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