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합법 정부 인정·한국과 경협 희망"

힐링경제 승인 2021.08.23 16:01 의견 0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

발키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하일 샤힌의 휴대전화를 통해 최근 아프간 사태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었다.

발키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이날 공식적으로 답한 것이다.

탈레반이 국내 언론에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발키는 지난 17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바로 옆에 동석하기도 했다.

발키는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발키는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CNN방송은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 구리, 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가 1조 달러(약 1천17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이 가운데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발키는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출국을 원하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이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진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라며 "여성도 교육, 보건, 취업 등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 구성 상황에 대해서는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이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치했지만 재집권을 앞둔 최근에는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홍보전이 '선전전'에 불과하다는 서구 언론과 전문가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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