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을 위해 한 자리에'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내 팹리스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확장하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기존 구조를 넘어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고 소재, 부품, 장비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려 반도체 세계 2강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인공지능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2047년까지 총 700조원 이상을 투입해 팹 10기를 신설하고 세계 최대이자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용인 일반산업단지의 1호 팹 착공에 들어간 데 이어 6월에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의 토지보상 공고를 진행하는 등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국이 넘볼 수 없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도 핵심 목표다.

정부는 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분야의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신경망처리장치와 지능형 메모리 등 AI 특화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전력효율과 피지컬 AI의 핵심 부품인 화합물 반도체, 그리고 핵심 기술로 부상한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차세대 메모리에 2032년까지 2천159억원, AI 특화 반도체에 2030년까지 1조2천676억원, 화합물 반도체에 2031년까지 2천601억원, 첨단 패키징에 2031년까지 3천606억원을 투입한다.

취약 분야로 지적되어 온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도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수요기업이 기술 개발을 견인하고 파운드리가 생산을 밀착 지원하는 협업 구조를 구축해, 현재보다 팹리스 산업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4조5천억원 규모의 12인치 40나노급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해 국내 팹리스 기업에 전용 물량을 할당하고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대만 TSMC 생태계처럼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밀착 협력하는 구조를 한국에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99%에 달하는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는 국방반도체의 기술 자립에도 나선다.

방위사업청과 협업해 소재, 설계, 공정 시스템까지 전주기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 특별법에 국가안보 인프라인 전력망, 통신망, 공공데이터센터 등에 국산 반도체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조항 신설도 추진한다.

반도체 산업의 탈수도권 전략도 구체화됐다. 정부는 광주, 부산, 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는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부산은 8인치 실리콘카바이드 실증 팹을 확충하고 전력반도체지원단 설립을 검토한다.

구미는 소재와 부품 시험평가센터 등 실증 인프라를 확충해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고,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근무 인력에 대한 유연한 노동시간 적용 및 투자 지원금 확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 대학원대학을 신설하고, 여기에 기업이 설립과 운영에 직접 참여해 연간 300명의 석사 및 박사급 인재를 양성한다.

이밖에 노광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네덜란드의 ASML처럼 글로벌 1위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을 키우기 위해 기술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품목 및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우리 산업의 명운이 달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그동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비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반도체 국가대항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로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와 수요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반도체 육성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인력 양성, 소부장 육성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향후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될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