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은행권 총량 관리 영향으로 지난 11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2금융권의 증가 폭은 오히려 더 커지면서 풍선효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175조6천억원으로 10월 말보다 1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 6월 6조2천억원에서 6·27 대책 영향으로 9월 1조9천억원까지 떨어졌다가 10월 3조5천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11월 증가 폭은 다시 9월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935조5천억원으로 7천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39조2천억원으로 1조2천억원 늘었다. 다만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은 3천억원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2023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는 것이다. 당시 주담대는 5천억원 증가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0·15 대책 전 늘어난 주택 거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생활안정자금 상환이 늘고 전세자금 수요도 줄어 전체적으로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기타 대출의 경우는 국내외 주식투자 확대 등으로 신용대출 중심으로 10월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는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의 4조9천억원보다 8천억원 적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은행과 2금융권의 상반된 움직임이다. 은행의 증가 폭은 한 달 사이 3조5천억원에서 1조9천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2금융권 증가 폭은 2조3천억원으로 전월 1조4천억원보다 9천억원이나 커졌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6천억원 증가했다. 다만 증가액은 10월의 3조2천억원보다는 감소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증가 폭은 1조6천억원으로 전월의 1조7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박 차장은 부동산 및 가계대출 전망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수도권 가격 상승 폭이 줄고 있지만, 핵심지역의 가격 둔화세가 더딘 만큼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택 거래량의 경우도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현저히 줄었지만,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그다지 감소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대해서는 11월 이후 가계대출이 연말과 연초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이나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택 관련 대출 증가 압력이 여전히 지속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11월 기업 대출은 6조2천억원 늘어 잔액이 1천372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이 9월의 5조9천억원보다 커진 것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대출이 2조4천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3조8천억원 각각 증가했다.

박 차장은 주요 은행의 기업 부문 대출 영업 강화와 일부 기업의 시설투자 수요 등으로 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수신 측면에서는 지난달 예금은행에 36조6천억원이 유입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들의 결제성 자금 유입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15조2천억원 늘었고, 정기예금도 은행의 규제 비율 관리를 위한 예금 유치 노력에 따라 4조5천억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주식형펀드가 6조9천억원, 기타펀드가 8조7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머니마켓펀드는 1천억원, 채권형펀드는 6조3천억원 각각 감소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은행권 총량 관리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와 핵심 지역의 가격 둔화 지연 등 여전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요인들이 남아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