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진웅·개그우먼 박나래·개그맨 조세호 [자료사진=연합뉴스]
박나래, 조진웅, 조세호 등 주요 연예인들의 잇따른 논란으로 방송가가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폭로와 각종 의혹이 사회적 이슈로 번지면서 TV와 스크린을 오가던 이들의 활동이 일제히 중단되었고, 이는 인기 예능과 드라마의 편성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우 조진웅은 10대 시절 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지난 과오에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배우의 길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조진웅의 갑작스러운 은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작품은 tvN 드라마 '시그널'의 후속작 '두 번째 시그널'이다. 내년 상반기 방송을 앞두고 10년 만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던 이 작품은 편성 여부와 시기가 모두 불투명해졌다.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았던 SBS 스페셜 4부작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은 해설자를 교체해 재녹음 작업을 진행했고, KBS 1TV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는 유튜브에서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행위 논란에 휘말리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수년간 고정 출연해온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서 빠지게 되었다.
박나래가 출연 예정이었던 MBC 신규 여행 예능 '나도신나'는 제작이 취소되었으며, 내년 상반기 공개 예정이던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49'는 내부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직폭력배 핵심 인물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tvN '유퀴즈 온 더 블럭'과 KBS 2TV '1박 2일' 등 고정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다만 그는 모든 의심을 온전히 불식시키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복귀를 예고했다.
이들 외에도 지난달 온라인상에서 사생활 루머가 퍼지며 곤욕을 치른 이이경은 3년간 출연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하차했다. 이이경 측은 루머 작성자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권유를 받아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며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연예인이 비공식적인 공인으로서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처럼 언제나 검증받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영향력에 비례해 잘못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검증이나 심사숙고 없이 단말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연예인들의 활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과거의 잘못이나 사실 여부가 정리되지 않은 의혹 수준의 일이 현재의 직업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촉발되고 있다.
조진웅의 경우 소년범 논란이 사회·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피해자와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마땅한 응보라는 주장과, 30여 년 전 범죄 이력 때문에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처벌보다 교화에 무게를 둔 소년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온 소년범들이 평생 낙인을 찍고 살아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나래는 이른바 '주사 이모'라고 불리는 여성으로부터 수액 주사 등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법 의료행위 문제로 번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주사 이모' 의혹이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한 사례라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예인 관련 의혹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며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현상에 대해, 이는 고장 난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시민들의 윤리적 잣대가 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제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확실하게 응징할 수 있는 대상을 찾다 보니 대중이 인기를 회수하면 영향력이 사라지는 연예인에게 질타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대중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므로 이 현상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시민들의 도덕적 민감도를 낮추기보다는 사회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주요 연예인들의 연쇄적인 활동 중단은 방송계 전반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연예계 이슈를 넘어 사회 시스템과 윤리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