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중산층의 소득 증가세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둔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가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5천805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로,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득 3분위는 일반적으로 상위 40%에서 60%에 해당하는 계층으로, 전통적인 중산층 범주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중산층의 소득 증가율이 다른 모든 소득 계층보다 낮았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는 4.4%의 소득 증가율을 보였고,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도 3.1% 증가했다.
중산층만 유독 낮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중산층 소득 증가 둔화의 주요 원인은 근로소득 증가세 약화와 사업소득 감소로 분석된다.
중산층 가구 소득의 60%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천483만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의 1.3% 증가율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업소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산층 가구의 사업소득은 1천172만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역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둔화, 취업 시장 악화, 내수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자산과 부채 측면에서도 중산층의 어려움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2천516만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자산 감소세에서는 벗어났지만, 전체 가구 평균 자산 증가율인 4.9%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다.
중산층 가구의 평균 부채는 8천59만원으로 9.9%나 급증했다. 이는 자산 증가율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 결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3억4천456만원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증가율 5.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산층의 소득과 자산 증가세 둔화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간 평균 소득 격차는 11.2배에 달했다.
근로소득만 놓고 보면 그 격차는 30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자산 격차도 상위 20%가 하위 20%의 8.4배에 이르렀다.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중산층 소득 증가 둔화가 경기 하강 국면을 반영한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사회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산층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허리 역할을 해온 중산층의 약화는 단순히 특정 계층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관심과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