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을 낮추고 자금을 기업 등 생산 부문으로 전환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 경제 성장률이 뚜렷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9일 한은·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생산 부문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1975년부터 2024년까지 43개국의 자료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성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민간 신용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자금 배분 방식을 조정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을 10%포인트 낮출 경우,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은 연평균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가계신용 비율이 90.1%에서 80.1%로 하락하면 이러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신용이 배분될 경우 성장 효과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은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번 분석을 바탕으로 생산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것이 성장 활력 제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으로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관련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낮춰 금융기관의 인센티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비생산 부문에 대해서는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적립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대차대조표와 담보, 보증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출 심사 관행이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 기업과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소기업에 특화된 사업성과 기술력 기반의 신용평가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현재 2% 미만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대에는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지금도 매년 2%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률을 2%가 넘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자금 흐름의 재배분을 통한 성장 활력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이었으며, 한은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