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비금융자산 비중이 60%를 넘어 세계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 유동성 및 투자 활력 제고를 위한 금융투자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8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64.5%로 한국, 미국, 일본, 영국 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은 32%, 일본은 36.4%(2023년 기준), 영국은 51.6%를 기록해 한국의 부동산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내에서도 현금성 자산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과 예금은 2020년 43.4%에서 지난해 46.3%로 높아진 반면, 증권,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투자 관련 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25.1%에서 24%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최근 5년(2020∼2024년) 조사 대상 주요국 중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2020년 51.4%에서 지난해 56.1%로 증가해 투자 중심의 자산 구조가 지속됐다. 보고서는 최근 자산시장 호황 등으로 미국 가계의 금융투자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현금과 예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2020년 15.2%에서 지난해 20.9%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영국은 최근 5년 사적연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자산 내 보험과 연금의 비중이 지난해 46.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은 2020년 14.3%에서 지난해 17.3%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두드러지는 비금융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투자를 활성화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장기투자 유도, 금융교육 강화 등 세 가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먼저 과세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복잡한 구조와 다층 세율로 운영되는 현행 배당소득세 및 양도소득세의 세율을 단순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자와 배당소득, 주식 양도차익을 포괄하는 금융소득에 대한 단일세율 분리과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장기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2015년 이후 가입이 제한된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금융교육 강화와 관련해서는 내년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도입이 예정된 금융교육의 대상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기 노출 위험이 높다는 점을 들어 사기 예방 교육 및 피해 대응 방법과 기초적인 금융투자 방법을 아우르는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가계 자산의 과도한 부동산 편중이 기업투자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흐름을 제약하고 있다"며 "금융투자 문화를 정착하고 확산해 기업 성장과 가계 자산증식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가계의 자산 구조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으며, 금융자산 내에서도 현금과 예금 중심의 보수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유동성 제고와 투자 활력 증진을 위해 체계적인 금융투자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