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윤 전 대통령이 해병 특검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9시 47분, 호송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변호인단과 짧게 만난 뒤 10시 20분께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조사에는 배보윤·채명성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입회했으며, 특검팀에서는 천대원 부장검사와 박상현 부부장검사가 직접 조사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다. 그는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VIP 격노’의 당사자로 지목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르자, 그를 호주 대사로 임명해 사실상 출국시킴으로써 수사를 피하게 하려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외압 관련 전반적인 지시·보고 체계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준비된 질문만 1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 전 대통령은 진술 거부 없이 조사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현재 가동 중인 3개 특별검사팀 중 두 번째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5일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사 분량이 방대해 범인도피 혐의에 대한 조사까지 당일 모두 진행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검팀은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 여부를 윤 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심야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추가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조사실에 입실했다. 일반적으로 주요 피의자는 1층 로비를 통해 출입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예외가 허용됐다.

이에 대해 정 특검보는 “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했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도 비공개 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며 “수사팀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조사를 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 방향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