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증시 고평가 우려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21일 국내 금융시장이 '검은 금요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환율과 가상자산 시장까지 동반 급락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전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5.77%, SK하이닉스가 8.76% 빠지는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하루에만 2조8,230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물타기'에 나선 개인 투자자는 2조2,950억 원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이달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벌어진 점이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밤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6%, 나스닥 지수는 2.15% 각각 하락했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나, 시장에 만연한 고평가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인 분위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진 점도 악재로 꼽힌다.
리사 쿡 연준 이사가 대학 연설에서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게 현재 내가 가진 인상"이라고 밝힌 점이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 역시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지 못했다. 9월 비농업 일자리가 11만9,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실업률도 4.4%로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64.6%로 보고 있다.
환율은 7개월여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집계됐다.
장 마감 직전에는 1,476.0원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충격이 거셌던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달러는 강세를,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081 수준으로 전날보다는 0.16% 내렸지만, 사흘째 100선을 웃돌고 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18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인 931.76원보다 7.42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35엔 하락한 157.15엔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날 국회에서 인플레이션 등을 전제로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상자산 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1.54% 하락한 1억2,791만 원으로, 지난 4월 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1.77% 내린 416만8,000원에 거래됐다.
이번 금융시장 급락은 글로벌 증시의 고평가 우려와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