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박철우 신임 중앙지검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핵심 지휘라인에 있던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첫 출근하며 조직 안정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끌게 되면서 조직 내 반발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철우 검사장은 21일 서울중앙지검장 발령 후 첫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과 구성원 사기 진작이 시급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중앙지검 구성원 모두가 검찰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 검사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의견을 수사팀에 전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저에 대해 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검사장은 지난 19일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새로 임명됐다.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의를 표명한 지 11일 만의 후임 인사였다.

박 검사장은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서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1심 선고 이후 박 검사장은 법무부 측으로부터 '신중 검토 필요'라는 의견을 전달받은 뒤,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재검토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수사팀은 박 검사장의 지휘를 사실상 '항소 불허'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진우 전 검사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언급해 내부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항소 포기 사태의 지휘라인에 있던 박 검사장이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직접 이끌게 된 만큼, 조직 안정 및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검사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반발하는 정서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소망"이라고 덧붙여 정치권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추징 보전된 대장동 범죄수익의 처분과 관련한 질문에는 "담당 부서의 보고도 받고, 같이 연구해보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검사장의 취임은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검찰 내부의 갈등과 신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해당 사건을 다루는 조직의 수장이 된 만큼, 조직 내 신뢰 회복과 사기 진작이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