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공무원 집회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2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공무원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인 36일을 넘긴 셧다운 여파로 약 70만 명의 공무원이 강제로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또 다른 70만 명은 급여 없이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6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무원들은 이번 셧다운이 대량 해고, 예산 삭감, 퇴직 권유, 임금 지급 거부 위협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겪어온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연방 공무원들의 생활고와 심리적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 노조인 미국공무원연맹 3840지부 부회장이자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소속인 미카 니메이어-월시는 우리 기관은 감원 등 연방 공무원에 대한 공격 때문에 사실상 수개월 전부터 멈춰 있었다며, 지금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 기간 동안 해고 조치와 함께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협을 되풀이했다. 다만 해고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니메이어-월시를 포함한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원 대부분도 해고됐다가 법원의 해고 중단 결정으로 지난 5월 복직했다.
무급 휴가 중인 공무원들은 이달 들어 휴가 연장 통보를 받았는데, 많은 통보문에는 정부 운영이 재개될 경우 밀린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공무원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무급 휴직 중인 직업안전보건국 공무원이자 미국공무원연맹 898지부 위원장인 탠디 지트쿠스는, 공무원들이 생활비 감당을 위해 실업급여 신청, 푸드뱅크 이용 고민, 각종 고지서 유예 요청 등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지트쿠스는 나와 조합원들은 2월부터 당장 내일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 줄곧 혼란, 스트레스, 불안을 견뎌왔다며, 매일 출근할 때마다 위협이 이어졌고 이는 공무원들에게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미국공무원연맹 측은 셧다운 종료를 촉구하면서도 공화당 또는 민주당 어느 한쪽에 명시적으로 책임을 묻는 태도는 피하고 있다. 이는 노조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공무원들의 권익 보호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셧다운 해법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협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방 공무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어온 스트레스와 불안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노동부에서 근무하는 오마르 알헤시라스 미국공무원연맹 2391지부 부회장은 정부가 공무원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이는 괴롭힘이자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셧다운은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마비를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4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의 타협 없이는 사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방 공무원들의 고통은 계속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