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PG) [자료사진=연합뉴스]

여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법안 발의가 임박한 가운데, 코인 설계 방식을 놓고 업계 안팎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융안정을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자본시장 기반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엄격한 인가 절차를 전제로 비금융 회사의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그 전제 조건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하는 대차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자금 유입이 선행되지 않은 코인 발행도 불허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주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지불수단에 초점을 둔 제한적 통화로서 대차 행위의 매개로 활용돼서는 안 되며, 현금이 아닌 코인으로 국채 등 준비 자산을 매입해 통화량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폭증시켜서도 안 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주도적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은행 진입에 관해서는 IT 기업 등이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해 혁신과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은행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최근 이와 상반된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임민수 해시드오픈리서치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 한국의 통화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임 연구원은 은행 기반 모델은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서클도 자본시장 기반에 가까운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자본시장 중심 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신뢰 확보에 효과적임을 역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은행 중심이 아닌, 자본시장 중심의 발행 구조를 전략적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이것이 글로벌 생태계와 정합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공직 복귀 직전까지 대표를 지낸 곳으로, 김 실장 역시 여러 차례 보고서와 세미나 등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한 금융 혁신과 통화 주권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러한 배경은 자본시장 중심 모델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관심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현정, 안도걸, 이강일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본법안이나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조만간 여권에서 금융당국 등과 내용을 조율한 법안이 추가 발의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달 하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식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단순히 기술적 설계 문제를 넘어, 금융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 통화 주권이라는 복합적인 정책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안정성과 금융업계가 추구하는 혁신성 사이에서 입법부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