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수도권(서울·경기)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자료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27 대책에 이어 10·15 대책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춰 주택 구입 열기를 부추기고 정부와 정책 엇박자를 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8% 상승했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대출 증가세는 6·27 규제 등으로 둔화했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오히려 확산하는 만큼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5개월여 만에 1,430원대까지 급등한 점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31.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처음으로 주간 종가 기준 1,43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수준도 높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금리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한은이 반대로 금리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 속에 한은도 실제 집값과 가계부채가 규제 효과로 안정 또는 억제되는지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도 동결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조짐도 금리 동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안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2분기부터 시작된 소비 개선세도 아직 유효한 만큼 한은이 부동산·가계대출 등 금융 안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해외 기관들 가운데 우리나라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곳도 있는데, 한은이 현재 경기를 금리 인하로 대응할 정도로 나쁜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회복세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용시장 회복과 더불어 가계 소득이 개선되는 만큼 성장 하방 리스크가 큰 상황은 아니다"며 "특히 최근 증시 호조에 따른 향후 자산 효과를 고려하면 소비의 경우 상방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금융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면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는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2월이나 1분기 중 한 차례 더 낮추고 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다음 달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잠재성장률을 회복한다는 의미인 만큼 11월 회의에서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할 수 있다"며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1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고, 여론에 민감한 한은이 11월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더구나 10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미 격차가 1.5%포인트로 줄어 인하 여력이 더 생긴다"고 분석했다.
주 실장과 박 이코노미스트를 제외한 4명의 전문가는 다음 달은 아니더라도 한은이 내년까지 부동산·경기 상황을 봐가며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이번 통화 완화 주기에 2.0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10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총 0.50%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안 연구위원은 "연준은 고용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연말까지 0.50%포인트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수준은 현재 4.00~4.25%에서 인하 종료 시점에 상단 기준 3.50%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