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부담 속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의 호조에 힘입어 한국의 9월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고, 미국 관세 영향을 받는 자동차 업계는 유럽 등 대체 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9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한 659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3월 638억달러 이후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월간 수출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9월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데는 추석 연휴가 작년 9월에서 올해 10월로 넘어가면서 조업일이 4일 늘어난 영향도 일부 작용했다. 그러나 조업일 증가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9월 일평균 수출액은 27억5천만달러로 역대 9월 중 2위에 해당하는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가 수출 실적을 주도했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0% 증가한 166억1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보였고, 메모리 고정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자동차 수출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9월 자동차 수출액은 6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해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역대 9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는 물론 내연기관차 수출이 모두 증가한 결과다.
자동차는 미국 정부의 품목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등 대체 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9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25% 고율 관세 영향으로 2.3% 감소한 19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EU 수출액은 7억달러로 전년보다 54% 급증했고, 독립국가연합 수출도 6억1천만달러로 77.5% 크게 늘어났다.
이 밖에 일반기계는 10.3%, 석유제품은 3.7%, 선박은 21.9%, 차부품은 6.0%, 디스플레이는 0.9%, 바이오헬스는 35.8%, 섬유는 7.1%, 가전은 12.3% 각각 증가했다. 반면 컴퓨터는 13.2%, 석유화학은 2.8%, 철강은 4.2%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9월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102억7천만달러로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대미 철강 수출이 14.7% 감소하는 등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을 받는 품목의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대중국 수출은 116억8천만달러로 전년보다 0.5% 증가했으며, 아세안은 17.8%, EU는 19.3%, 중남미는 34.0%, 일본은 3.2%, 중동은 17.5%, 인도는 17.5%, 독립국가연합은 54.3% 각각 증가했다.
특히 EU는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관세 부담이 큰 미국을 대체하는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다.
9월 수입은 564억달러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으며, 무역수지는 95억6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대미 수출 위축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 시장 포트폴리오를 신속히 다변화해 이룬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미국 관세 협상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경각심을 갖고 기민한 대응을 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