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정 전 검찰총장, 내란특검 출석 [자료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17시간이 넘는 장시간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심 전 총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배경과 비상계엄 당시 검사 파견 의혹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총장은 21일 오전 10시께 서울고검 청사 내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서 열람을 포함해 총 17시간 36분간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3시 36분께 청사를 나왔다. 이 중 조서 열람만으로도 5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는 심 전 총장에게 취재진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즉시항고 포기 판단에 후회는 없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합수본에 검사 파견을 지시받았다는 의혹에 어떤 입장인가", "심경이라도 밝혀달라"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심 전 총장은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묵묵히 청사를 떠났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심 전 총장이 지난 3월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한 과정이다.
여당과 시민단체는 이러한 심 전 총장의 결정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공수처는 지난 6월 특검 출범과 함께 사건을 이첩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검찰의 기소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며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수사팀 내에서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심 전 총장은 대검 부장 회의 등을 거친 끝에 위헌 소지 등을 고려해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검팀은 이날 심 전 총장을 상대로 비상계엄 당시 검사 파견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세 차례에 걸쳐 통화를 나눴다는 사실이다. 특검팀은 이 통화에서 검사 파견 지시가 오갔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심 전 총장과의 통화가 "파견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지 미리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대화였으며, 실제로 검사 파견을 지시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대검 소속 검사가 국군방첩사령부 측과 연락을 나눈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했다는 의혹도 수사 범위에 포함됐다.
경찰이 방첩사 요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엄 선포 후 선관위에 곧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검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관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박 전 장관의 자택과 법무부, 대검찰청,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 등에 대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확보한 박 전 장관 관련 압수물 일부를 제출받아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박 전 장관을 소환해 검사 파견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법무부 내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졌는지, 실제로 검찰과 다른 기관 간의 협력이 이뤄졌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 전 총장에 대한 장시간 조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단순히 정치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법부와 검찰 등 국가 기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검찰 수뇌부가 비상계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정치적 압력이나 지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중요한 수사 초점이 되고 있다.
심 전 총장의 17시간이 넘는 조사는 특검팀이 이 사건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 결과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가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