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구상을 내놓고, 하마스에 사흘 안에 이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전멸을 각오하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공개한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에는 이스라엘이 합의를 공개 수용한 지 72시간 이내에 하마스가 생사를 불문하고 인질을 전원 송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마스가 이를 이행하면 이스라엘은 종신형 선고를 받은 수감자 250명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2023년 10월 7일 이후 수감된 가자 주민 1천700명을 석방한다.
무장해제에 동의한 하마스 구성원들에게는 사면이 부여되며, 가자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수용국으로의 안전한 통행이 제공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하마스에 가자지구에서 손을 떼고 사라질 방식을 선택하라는 마지막 통보다.
계획에는 하마스가 제안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 이스라엘군이 테러 요소를 제거한 지역에서만 치안과 원조가 이뤄질 것이라며 추가 군사작전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임무 완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하마스 궤멸전 지원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는 이 같은 제안에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와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존재 포기에 해당하는 요구를 하마스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팔레스타인 통치권을 두고 하마스와 경쟁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평화구상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포괄적 계획에는 하마스를 겨냥한 단기적 압박뿐만 아니라 전후 가자지구의 재건을 비롯한 장기비전도 담겼다.
전쟁이 종식되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인과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의 임시 과도 통치하에 운영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다른 국가수반들이 참여하는 '평화이사회'의 감독과 관리를 받는다.
미국은 아랍을 비롯한 동반국들과 협력해 창설할 임시 국제안정화군을 주둔시켜 가자지구의 치안과 국경 안보를 맡기고, 군수품 반입을 막는 역할도 부여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병합하지 않으며, 현재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가자지구 영토는 점진적으로 국제안정화군에 이양하기로 했다.
합의가 체결되면 구호기구 등의 가자지구 원조와 복구도 전면 재개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럽과 아랍 등 국제사회도 이번 평화구상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환영하며 "모든 당사자는 평화를 위한 진정한 기회를 마련할 이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도 외무장관 공동 성명을 통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이집트 정보국장이 하마스 협상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공유했으며, 하마스가 이를 성실히 검토하고 답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동 현안을 다뤄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평화 구상이 전쟁 내내 하마스가 줄곧 거부해온 기존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가자지구 정책에 반발해 국무부를 사임한 아넬 셀라인 퀸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하마스가 거절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마스가 거절하면 향후 팔레스타인인들을 평화의 걸림돌로 지목하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