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협상을 둘러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로 26일 국내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1,410원대를 돌파했고, 코스피는 10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3,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일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14일(1,420.2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오른 1,409.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워 장중 1,414.0원까지 치솟았다. 사흘 연속 상승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과 1,410원을 지난 24일과 25일 장중 차례로 돌파했다.

코스피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수가 3,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2일(3,395.54)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30.72포인트(0.89%) 내린 3,440.39로 출발해 낙폭을 점차 키웠다. 한때 3,365.7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11억원, 4,889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만 1조975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17.29포인트(2.03%) 내린 835.19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 하락의 주요 원인은 한미 통상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이 3,500억 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발언했다.

양국이 무역 합의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놓고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매력이 떨어졌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3.8%(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로, 지난 2023년 3분기(4.7%)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 전일보다 0.59% 오른 98.375를 기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 상승에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국내 요인으로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 대외 요인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강달러 국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기와 그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 후퇴, 한미 무역 협상 교착 장기화 조짐 등이 국내 증시 낙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이날의 시장 동향은 대외 경제 여건 변화와 통상협상 불확실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한미 협상 진전 여부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국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