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국민은 45세에 소득이 가장 많다가 61세부터는 소비가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애주기 적자 규모도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3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1인당 생애주기별 소득과 소비 패턴에서 뚜렷한 특징이 확인됐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에 따른 소비와 노동소득의 관계를 분석해 세대 간 경제적 자원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계다.

생애주기별로 살펴보면 0세부터 27세까지는 소비가 소득보다 많아 적자가 지속된다. 이 중 16세의 적자 규모가 4,418만원으로 가장 컸는데, 교육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28세부터는 소득이 소비를 초과하며 흑자로 전환되고, 45세에 4,433만원으로 가장 큰 소득을 기록한다. 이때 흑자 규모도 1,748만원으로 최대치를 나타낸다.

이후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적자 규모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은퇴 후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반면 보건 소비 등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적자 재진입 시점의 변화다.

2010년 이후 흑자 진입 시기는 대체로 27~28세로 일정했지만, 적자 재진입 시점은 2010년 56세에서 2023년 61세로 5년 늦춰졌다.

통계청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하는 고령층이 늘어난 영향으로 이를 설명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애주기별 적자는 정부의 공공 이전과 민간의 가구 내외 이전을 통해 보완된다.

2023년 노동연령층(15~64세)에서 순유출된 320조 7천억원은 유년층(14세 이하)과 노년층(65세 이상)에게 각각 184조 5천억원, 131조 1천억원씩 이전됐다.

세금 흐름을 보여주는 공공 이전을 살펴보면, 노동연령층에서 199조 4천억원이 순유출됐고, 유년층과 노년층은 각각 92조 4천억원, 106조 9천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상속·증여 등 민간이전에서도 노동연령층에서 121조 3천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고, 유년층과 노년층은 각각 92조 1천억원, 24조 2천억원이 순유입됐다.

2023년 우리나라 국민의 생애주기 적자 총액은 전년보다 15.9%(31조원) 증가한 226조 4천억원으로,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소비 증가 폭이 노동소득 증가 폭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소비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1,459조 2천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공공소비는 4.5%, 민간소비는 8.0% 증가했다. 공공소비에서는 공공교육소비가 7.7% 증가했고, 민간소비에서는 민간보건·기타소비가 8.3% 늘어난 것이 특징적이다.

연령계층별로는 노년층 소비가 12.0%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노동연령층은 6.3%, 유년층은 4.3% 증가했다.

반면 노동소득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1,232조 8천억원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임금소득은 5.6%, 자영자노동소득은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령계층별 적자 현황을 보면 유년층 적자는 4.3% 증가한 184조 4천억원, 노년층 적자는 10.3% 증가한 179조 2천억원을 기록했다. 노동연령층은 137조 2천억원의 흑자를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규모는 4.7% 감소했다.

이번 통계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세대 간 경제적 부담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년층의 소비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고, 적자 재진입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고령사회 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