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자동차 수출 6개월 연속 하락 [자료사진=연합뉴스]
올해 9월 중순까지의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실질적인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는 일평균 수출액은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업일수 증가 효과를 제외하면 수출 여건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9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401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5% 증가했다. 이는 9월 1-20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수출 증가의 주요 배경은 조업일수 효과가 컸다. 올해 9월 1-20일 조업일수는 16.5일로, 추석 연휴가 포함되었던 작년 같은 기간(13.0일)보다 3.5일 많았다. 이러한 조업일수 증가가 전체 수출액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조업일수 효과를 제거한 실질적인 수출 동향을 보여주는 일평균 수출액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평균 수출액은 24억 3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7억 2000만 달러) 대비 10.6%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관세 정책과 더불어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에 대한 관세 압박이 실제 수출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월간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미 수출은 미국 관세 영향으로 12% 감소하며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인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9월 1~20일 품목별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주력 수출 품목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반도체는 27.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수출 증가를 주도했고, 승용차도 14.9% 증가했다.
특히 선박 수출은 46.1%라는 대폭 증가율을 보이며 조선업의 수주 호조가 실제 수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무선통신기기도 3.3% 증가하며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석유제품은 4.5% 감소하며 에너지 관련 품목의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수출 실적을 보면 주요 수출 대상국 대부분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1.6% 증가에 그쳤지만, 미국 수출은 6.1% 증가하며 관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특히 베트남(22.0%)과 대만(22.9%) 수출이 20%를 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아시아 역내 무역의 활성화를 보여주었다. 유럽연합(EU) 수출도 10.7% 증가하며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인해 주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38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1%)와 반도체 제조장비(49.9%), 기계류(16.3%), 가스(10.4%) 등에서 증가했지만, 원유는 9.4% 감소했다.
국가별 수입에서는 중국(18.8%), EU(10.4%), 미국(6.9%), 일본(4.5%), 호주(27.7%) 등 주요국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상회하면서 9월 1-20일 무역수지는 1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수출 실적은 조업일수 효과와 실질적인 수출 증가세가 엇갈리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총량적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일평균 수출액 감소는 여전히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와 품목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주력 품목의 강세는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변동성에 대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