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민 전 검사 [자료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그림을 건네고 총선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8일 구속됐다. 이로써 특검팀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특검팀이 청구한 김 전 검사의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검사는 1억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에게 전달하면서 2024년 4·10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이 특정한 수수자는 김건희 여사다. 일반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공직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수수자로 적용해야 하지만, 그가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배우자인 김 여사를 수수자로 설정했다.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을 김진우 씨의 요청으로 대신 사줬을 뿐이며 공천 청탁 등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한 감정 기관 사이에서도 그림의 진위가 엇갈리는 만큼 위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혐의 적용 시 물품 가액이 크게 낮아져 구속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검사 구속으로 특검팀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공모한 것을 전제로 하는 뇌물 혐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지난 7월 초 현판식을 열고 수사 개시를 선포한 뒤 김건희 여사가 2024년 총선,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파헤쳐왔다.
지난달 29일에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합계 2억7천만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 등을 적용해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했다.
이후 실제 공천 과정에서 김 여사의 입김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것이 특검팀의 주요 과제로 남은 상태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9월 현직 부장검사 신분으로 경남 창원 지역 주민들에게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총선 출마를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을 도왔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김건희 여사가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결국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고, 넉 달 만인 작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팀은 이 특보 임명에도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작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박모 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를 대납받은 혐의도 있다. '존버킴' 또는 '코인왕'으로 불린 박 씨는 2021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스캠코인 '포도'를 발행·상장해 80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받고 있다.
이번 구속으로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 중 한 명을 확보하게 됐으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인 진실 규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