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이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한 반서방 연대 강화의 무대가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향후 대응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전승절 기념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0여 명의 우방국 정상들과 함께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시 주석의 집권 3기 최대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며, 미국 주도의 기존 글로벌 체제를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자리였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66년 만에 중국 지도자와 한 자리에 서면서 기존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공개적 도전 의사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관세전쟁과 거래 위주의 동맹관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으로 발생한 공백을 중국이 파고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에서 톈안문 망루에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서는 모습을 본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는 "당신들이 미국에 대항할 작당 모의를 하는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적으며 역설적 화법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이번 북중러 연대 강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의 역효과라고 분석했다.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부과, 국제기구 무시, 대외 원조프로그램 폐기 등이 전 세계적 반감을 키우며 중국에게 반미 연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압박 차원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인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인도는 오히려 중국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승절 행사 전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친밀함을 과시했다.
이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만든 '쿼드' 회원국인 인도마저 미국의 자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세계 안보 전략의 초점을 유럽 및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그러나 중국 중심의 반서방 연대 강화와 인도의 이탈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외교 정책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료를 통해 인태 지역에 집중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혈맹' 관계는 물론 중국까지 등에 업으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종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유럽 동맹국들도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대러 제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응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관세와 제재를 통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갈라치기' 시도가 주목된다.
중국에 대해서는 11월까지 관세 휴전을 연장해둔 상태이지만, 의회에서 발의된 강력한 대러 2차 제재 법안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북중러 관계를 오랜 기간 다져온 동맹이 아닌 편의주의적 결합으로 보고 있어, 관세 및 제재 카드가 반미 결속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번 반미 연대 결속을 계기로 인태 지역에서 한국, 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일본과는 이미 관세 및 무역 협정을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한미일 안보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 견제 및 북중러 연대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