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의 급속한 고령화가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통계가 공개되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최근 4년간 거의 40%나 급증하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8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은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7조 4,737억원이었던 이들의 진료비는 2024년 52조 1,221억원으로 4년 사이에 39.1%나 증가했다. 이는 연평균 10% 가까운 증가율로, 일반적인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2025년 들어서도 이런 증가세가 전혀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진료비가 27조 9,817억원에 달해, 벌써 지난해 전체 진료비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진료비 총액이 60조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별 의료비 지출 현황을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고령층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20년 474만 1,000원에서 2024년 536만 8,000원으로 62만 7,000원 증가했다. 이는 4년간 13.2%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같은 기간 일반 성인의 진료비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올해 6월 현재 1인당 진료비는 280만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의 52% 수준에 달하고 있어 연말까지의 총 진료비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노인 진료비의 급증은 전체 건강보험 재정 구조에도 심각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가 전체 인구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43.1%였던 이 비율은 2024년 44.8%로 증가했으며, 2025년 6월 현재는 46%까지 높아져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할 때 매우 불균형적인 의료비 지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8% 수준인데, 의료비 지출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노인 1인당 의료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미애 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체 진료비의 절반 가까이를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상황은 급속한 고령화가 이미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정부의 공식 전망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현재까지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곧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는 4,633억원의 당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6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누적 수지 현황도 점차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까지는 30조원대의 누적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2028년에는 28조 4,209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었다. 이는 약 2.7개월치 급여비 지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료비 지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지속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확충을 넘어서 건강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방의료 강화를 통한 노인 질병 발생률 감소, 의료비 효율성 제고, 장기요양보험과의 역할 분담 명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본인부담금 조정 등의 재정 안정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