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터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 [자료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5% 국방비 목표 달성 과정에서 회계상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매슈 휘터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2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블레드 전략포럼 인터뷰에서 "국방 관련 지출을 지나치게 확장해서 해석하는 일부 국가들과 오늘도 대화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휘터커 대사는 5% 목표가 국방 및 국방 관련 지출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 전략적 가치가 없는 다리나 어떤 상상 속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학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인상 압박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3.5%의 직접 군사비 지출과 1.5%의 간접 국방비로 구성된다.

나토는 간접 국방비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민간 준비 태세와 회복력 보장, 방위산업 기반 혁신과 강화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탱크나 전투기 구매 같은 직접 군사비와 달리 간접 국방비는 정의가 모호하고 해석 여지가 커서 회원국들이 이를 폭넓게 활용해 목표 달성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이런 우려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이탈리아의 메시나 대교 건설 프로젝트다. 이탈리아 정부는 본토와 시칠리아섬을 연결할 이 대교에 총 135억 유로(약 2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이탈리아 연간 국방 예산의 40%를 넘는 규모다.

이탈리아는 메시나 대교가 나토 동맹군의 북유럽에서 지중해로의 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인프라라는 논리로 이를 간접 국방비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완공 시 세계 최장 현수교가 될 이 대교는 미국의 엄격한 기준 적용 의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휘터커 대사는 메시나 대교가 정당한 군사 지출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해당 상황을 매우 긴밀히 주시해왔다"며 모니터링 체계를 강조했다.

나토는 2014년 영국 웨일스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압박으로 각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작년까지 이를 달성한 국가는 31개국(상비군 없는 아이슬란드 제외) 중 23개국에 그쳤다.

휘터커 대사는 "2014년 웨일스 정상회의와 비교할 때 다행인 점은 우리가 군사비 지출을 모니터링할 장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나토 회원국들은 5%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매년 제출하고 2029년 진척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화려한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군 대대와 대포, 탱크 등 실제 전투에 필요한 품목에 예산을 사용한다는 명확한 증거를 원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휘터커 대사의 발언은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정부는 나토에 요구한 5% 국방비 목표를 한국에도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도 나토와 유사하게 직접 군사비와 간접 군사비의 조합을 통해 목표치를 달성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군 관련 인프라 비용을 간접 국방비로 분류하면 미국의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휘터커 대사의 이번 발언에서는 미국이 동맹국이 어떤 항목을 간접 국방비로 정의하는지 엄격하게 검증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는 한국도 국방비 증액 과정에서 미국의 까다로운 기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