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향후 수개월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8일(현지시간) 마이애미 경제클럽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노동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월러 이사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관련해 "오늘 내가 아는 것에 기반해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약화 징후가 나타난 상황에서 추가적이고 빠른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FOMC가 적절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그런 사태의 악화가 이미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런 추세에 뒤처질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확보된 데이터를 토대로는 9월에 0.25%포인트보다 더 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조건부 여지는 남겨뒀다.
월러 이사는 "내달 8일 나올 8월 고용 보고서가 경제가 상당히 약화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잘 억제되고 있음을 가리킨다면 내 견해가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발언을 빅컷(jumbo rate cut·0.5%포인트 금리 인하)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월러 이사는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통화정책을 완화해 금리를 더 중립적 위치로 옮길 때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 위원들의 추정치를 바탕으로 이 '중립 금리'를 현재 정책금리인 4.25∼4.50%보다 1.25∼1.50%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정의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경기 추세에 크게 뒤처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않을 의향이란 신호를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은 9월 이후 어디로 갈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3∼6개월에 걸쳐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금리 인하의 속도는 앞으로 들어올 데이터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임명 인사들의 연이은 금리인하 주장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인사인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은 금리 동결이 결정된 7월 FOMC 회의에서 고용시장 우려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기존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금리를 줄곧 동결해왔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들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유지해온 파월 의장도 지난 22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리 인하에 열려 있음을 시사하며 기조 변화를 보였다.
한편 공석이 된 연준 이사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대한 상원 인준이 내달 16∼17일 FOMC 회의 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이를 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이끄는 미 상원이 마이런 지명자의 인준을 다음 달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 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번 월러 이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과 맞물려 연준 내부의 통화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가 임명한 연준 인사들이 연이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