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시진핑·푸틴 [자료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 무대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으로,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전통적으로 ‘망루 외교’라 불릴 만큼 정상들의 자리 배치가 상징성을 가진다.
북·중·러 정상이 함께 선다면 최근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응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 처음 참석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옆에 섰고, 당시 북한 대표였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망루 한쪽에 배치돼 북중 관계의 냉랭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랭하면서 한중 밀월은 단기간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이란,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20여 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 한국은 대통령 대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참석은 북중 관계 변화의 신호로도 읽힌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도 지원 규모 문제 등으로 미묘한 갈등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양측이 ‘항일 전쟁의 우의’를 강조하며 협력 기류를 되살리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망루에 오른다면 이는 1954년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과 함께 톈안먼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이후 70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장면이 연출될 경우 동북아에서 북중러와 한미일 간 대립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참석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