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문양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장기 체류해온 한국인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이민 단속 당국에 구금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사례는 체포 이유나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석연치 않은 경우여서 미국 내 체류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한인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에서 활동해온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존 신(John Shin·37) 씨가 일과 관련해 지난주 콜로라도주에 머물던 중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구금됐다.

신 씨의 아내로 미국 시민권자인 다나에 스노우 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일이었던 지난 20일 남편으로부터 구금 사실을 전화로 들었다고 전했다.

신 씨는 10살 때 아버지의 학생 비자로 미국으로 이주해 초·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유타주에서 다니는 등 생애 대부분을 유타에서 보냈다.

신 씨의 변호인인 애덤 크레이크 변호사는 음주 또는 다른 사유로 인해 운전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임페어드 드라이빙(impaired driving)'으로 2019년께 단속됐던 이력 때문에 신 씨가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씨는 이미 법에 따른 치료 목적의 수강과 보호관찰 기간 등을 다 거쳤으며, 운전면허증도 재발급받았다.

하지만 '임페어드 드라이빙'으로 인해 합법적 체류 자격이 상실된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과 맞물리면서 추방 위기로 연결됐다는 것이 변호인의 설명이다.

정상적인 동반가족 비자로 입국했던 신 씨는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온 부친이 사망한 뒤 '다카(DACA)'로 불리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에 따라 체류 자격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뒤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럼에도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되면 DACA에 따른 체류자격 연장을 못하게 되는 문제 때문에 결과적으로 ICE 단속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변호인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된 DACA의 종료를 추진하고 있다.

신 씨는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발레 웨스트 등에서 연주해온 전문 연주자로, 유타 대학교에서 바이올린 연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ICE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씨 외에도 미국 텍사스 A&M 대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해오던 한국인 김태흥 씨가 한국을 방문하고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바 있다.

김 씨는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던 전력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가족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하에서 과거 경미한 법 위반 사례라도 추방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한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한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