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자, 최근까지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식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수치화한 지표로, 기준선 100을 초과하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매도 수요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첫째주 100.8을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상승해 지난달 넷째주에는 111.2까지 치솟았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꺾였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돈줄’을 강하게 조였다. 이에 따라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전체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매매수급지수는 103.7로, 전주(104.2)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5월 첫째주(98.1) 이후 처음으로 상승폭이 꺾인 것이며, 그간 이어지던 과열 흐름이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또 다른 부동산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76.4로 전주(99.3)보다 무려 22.9포인트나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의 강도를 비교하는 지표로, 100보다 낮을수록 매도자가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 14개구의 매수우위지수는 69.7로 전주 대비 18.9포인트 하락했으며, 강남 11개구는 82.3으로 26.6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강남권에서의 하락폭이 두드러져, 투자 심리 위축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즉각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주택 수요는 대출 규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과거 6·19 대책이나 8·2 대책 당시에도 매매수급지수가 1~2개월간 하락했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다음 주에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최근 집값이 급등하며 단기 고점에 도달한 데다, 지금 사면 고점에서 매수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 심리가 매수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정부의 규제로 인해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당분간은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지표 변동과 정책 방향이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