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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와 배당 소득 증가에 힘입어 지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철강과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넉 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점차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전망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7월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01억4천만달러(약 13조8천3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5개월째 이어지는 흑자행진으로, 흑자 규모도 직전 4월의 57억달러나 작년 5월의 90억9천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5월 기준으로는 2021년 113억1천만달러, 2016년 104억9천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흑자 폭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51억1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270억6천만달러보다 80억5천만달러나 많은 상태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5월 상품수지 흑자는 106억6천만달러로 전월 89억9천만달러보다 17억달러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5월 88억2천만달러보다도 18억달러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수출은 569억3천만달러로 작년 5월보다 2.8% 감소했다. 이는 4개월 만의 감소 전환으로,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 비IT 품목의 감소가 전체 수출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가 20.6%, 의약품이 12.2%, 컴퓨터주변기기가 5.3% 증가한 반면, 석유제품은 20.0%, 철강은 9.6%, 승용차는 5.6% 각각 감소했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 부문의 감소는 미국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 8.2%, EU 4.0% 수출이 호조를 보인 반면, 일본 9.0%, 미국 8.1%, 중국 8.4% 감소하며 주요 교역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입은 462억7천만달러로 7.2%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석탄이 31.6%, 석유제품이 30.0%, 원유가 14.0% 각각 줄어들며 원자재 수입이 13.7% 감소했다. 이는 상품수지 흑자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자본재 수입은 4.9% 늘었다. 수송장비 46.8%, 반도체제조장비 26.1%, 정보통신기기 16.5%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부문의 성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수지는 22억8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월 28억3천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작년 같은 달 12억2천만달러보다는 커졌다.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는 9억5천만달러 적자로, 5월 연휴 중 해외 여행객 증가로 4월 5억달러 적자보다 악화됐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당분간 여행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원소득수지는 4월 1억9천만달러 적자에서 5월 21억5천만달러 흑자로 크게 개선됐다. 이는 4월 외국인 대상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 지급 시기가 주로 4월에 몰리면서 본원소득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됐다가 5월 들어 정상화된 것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5월 중 67억1천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1억3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3억2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100억9천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 역시 채권 위주로 122억7천만달러 불었다. 이는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월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수출 감소세 전환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의 부진은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분석되며, 향후 무역 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는 당분간 상품수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 기조의 지속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대외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경상수지 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