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자료사진=연합뉴스]

2026년 적용될 최저임금이 이르면 3일 밤 또는 4일 새벽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 여전히 시급 1150원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의 최종 판단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좌우할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202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법정 심의 시한을 이미 4일 넘긴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노사 양측의 마지막 타협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익위원들의 중재에 의한 강제 결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출한 내년 최저임금 5차 수정안을 확인하며 최종 협상에 나선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직전 회의에서 9차 회의 때 노사 양측에 최저임금 5차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동계는 당초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 시급 1만30원보다 14.7%나 대폭 인상된 시급 1만15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했다.

하지만 경영계와의 극심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동계는 점진적으로 요구 수준을 낮춰왔다. 지난 1일 4차 수정안에서는 1만1260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최초 요구안보다 240원 낮춘 것으로 상당한 양보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최저임금보다 1230원(12.3%) 인상된 수준을 고수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 증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애초 올해와 같은 '1만30원 동결' 입장에서 출발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경기 불확실성과 중소기업의 극심한 경영난을 고려한 것으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고용 감소와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와의 협상 과정에서 경영계도 점차 양보의 폭을 늘려왔다. 4차 수정안에서는 1만110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최저임금보다 80원(0.8%) 인상된 최소한의 수준이다. 경영계로서는 상당한 양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양측의 격차는 최초 1470원에서 시작해 현재 1150원까지 좁혀졌으나, 여전히 10% 이상의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가 12% 이상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1% 미만의 최소 인상선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노사 간 극한 대립 상황에서는 중립적 입장의 공익위원들의 판단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의 5차 수정안을 검토한 후 협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되면 최저임금 인상안의 상·하한선을 정한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는 노사 간 극한 대립이 지속될 때 공익위원들이 합리적인 타협 범위를 설정하여 최종 결정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돌파구 역할을 한다.

심의촉진 구간이 제시되면, 이 구간 내에서 공익위원의 중재안이나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안을 두고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공익위원 9명의 의견이 최저임금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게 되며,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들의 판단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공익위원들은 그동안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고용 상황, 중소기업 경영 여건, 소득분배 개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잡힌 최저임금 수준을 모색해 왔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복합적 상황이 공익위원들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법정 심의 시한인 지난달 29일을 이미 4일 넘겨 심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노사 간 이견이 극심하여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에는 7월 12일에 최저임금이 결정된 바 있어, 올해 결정 시기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연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남은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안을 받은 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최종 확정해 고시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이러한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더 이상 논의를 지연시킬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전국의 사업주들이 내년도 인건비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도 생활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조속한 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여러 복합적인 경제 여건들이 동시에 고려되고 있어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전체적인 물가 안정화 추세를 보였지만, 무(54%), 보리쌀(42%), 오징어채(40%) 등 일부 생필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러한 생필품 가격 급등과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을 근거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수준이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생활임금' 개념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소득 불평등 해소와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지속되는 경기 둔화와 중소기업의 극심한 경영난을 고려할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감소와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저소득층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은 단순히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의 소득 분배 구조와 경제 활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인상은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13%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임금 구조에 상향 압력을 가해 광범위한 임금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최저임금은 각종 사회보험료와 정부 지원금 산정 기준으로도 활용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노사 간 극한 대립보다는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탄력적 조정 메커니즘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노사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정책 분야로 남아 있다. 특히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 10.9%)을 경험한 후 최근 몇 년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상률을 보여왔다.

2024년 최저임금은 9860원에서 1만30원으로 1.7% 인상되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했다. 이번 2026년 최저임금 결정은 1만원대 진입 후 첫 번째 조정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협상에서는 노사 양측의 5차 수정안을 바탕으로 마지막 타협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이 강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결정은 2026년 한 해 동안 최저임금을 받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체 임금 구조와 고용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사 간 진정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3일 밤에 나올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한국 사회의 임금 정책과 노사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