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 만료 예정인 상호관세 유예 기간의 연장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명확히 밝히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기존 24%보다 높은 30-35%의 관세율을 경고하면서, 아시아 주요 동맹국과의 경제적 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나는 많은 나라들에 (상호관세율 등을 적시한)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혀, 일방적인 관세 부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4월 9일 발효 후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 정책이 예정대로 7월 8일부터 재개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은 각국과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둘러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으나,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설정한 상호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경고가 현실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우리는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나는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하겠다. 일본과는 합의를 할지 의문시된다"고 밝힌 뒤, "그들은 매우 터프(tough·협상에서 완고함을 의미)하다"며 "그들은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spoiled)"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나는 일본을 사랑하고 새 총리도 정말 좋아한다. 그는 매우 강인한 남자"라고 개인적인 호감을 표시했지만, 이어서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서 30∼40년간 뜯어내면서 잘못 길들여진 나머지 합의를 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말해 일본의 오랜 무역 관행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일본의 무역 관행을 비판했다. "일본과 관련한 예를 들자면 그들은 쌀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도 (미국) 쌀을 받아들이지(수입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제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 부족을 지적했다. 또한 "그들은 수백만대의 차를 보내면서(미국에 팔면서) 우리는 과거 10년 동안 차 한대도 그들에게 보내지(수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여 자동차 분야의 무역 불균형을 강조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적용할 관세율을 기존보다 상향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 그는 일본에 보낼 서한 내용에 대해 "우리는 당신들(일본)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종류의 일들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당신은 (대미 관세로) 30%나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어떤 수치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지난 4월 9일 발표된 일본에 대한 24% 상호관세율을 상당폭 상향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관세 부과의 근거로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35%라는 관세율은 현재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미일 간 무역 관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비관세장벽 철폐 등 미측 요구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차등화된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들에 대해서는 아예 (미국과의) 무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나 대부분은 수치(상호관세율)를 정해서 한 페이지나 최장 한 페이지 반 정도 분량의 친절한 서한을 매우 단순하게 써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각국의 협상 태도와 무역 관행에 따라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아예 무역을 중단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친절한 서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국에 관세 부과를 통보하는 최후통첩의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인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는 무역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국가별로 상당히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인도가 미국의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려한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57개 경제주체 중 하나로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어 있으며, 유예 기간 동안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온 상황이다.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한국도 유사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의 분야에서 미국이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불균형 해소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남은 기간 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동시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강행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다자간 무역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온 국제 무역 시스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까지 강경한 관세 정책을 적용할 경우, 기존의 동맹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군사적 동맹 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각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된다.

또한 중국에 이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에까지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바보"(moron)로 칭하며, 연준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자로 2∼3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물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연준에 대한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존 관례와 충돌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토머스 틸리스 연방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이 내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해당 의석에 도전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라 트럼프가 "정말로 훌륭한"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거주지 문제를 언급해 실제 출마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 만료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행동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의 발언들이 협상용 압박 카드였는지, 아니면 실제로 강행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지가 곧 명확해질 전망이다.

각국 정부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노력을 통해 관세 부과를 피하거나 최소화하려 노력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강경 발언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의 관세 부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국은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수출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WTO 제소 등 국제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 향후 국제 무역 환경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