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이하면서, 그의 첫 행보는 그야말로 '속도전'의 연속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공백을 신속히 메우고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들이 연일 이어지면서, 이전 정부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고속 국정 운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속도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 행보는 내각 구성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취임 30일을 하루 앞둔 2일 현재, 정부 1기 내각의 90%가 채워진 상태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내각 지명 완료까지 54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속도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6월 4일 곧바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며 신속한 국정 체제 구축에 나섰다. 이후 6월 23일 10개 부처 장관을 한 번에 지명하고 1개 부처 장관을 유임시키는 대규모 인선을 단행했다. 여기에 6월 29일에는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발표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제외한 초대 내각 후보자 지명을 완료했다.

이처럼 초고속 인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장기화된 정부의 리더십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 국정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새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각 구성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적 인사 철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8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입각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보였으며, 기업 출신을 대거 등용하거나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기존의 관례를 과감히 깨뜨렸다.

이러한 인선은 '일만 잘하면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쓴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정치적 성향이나 출신 배경보다는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정권 교체기에 흔히 나타나는 '내 사람' 중심의 인사와는 차별화된 접근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업 출신 인사들의 대거 등용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민간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정부 운영에 접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경험을 고루 갖춘 인재들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이 두드러졌다. 당선 당일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같은 날 저녁 바로 첫 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준비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보름 만인 6월 19일 30조 5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초고속 행보를 보였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인한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충격 등 대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진단에 따른 '긴급 처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월 2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며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 정책에서 시의성과 신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향후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이재명 대통령은 초고속 정상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취임 직후부터 주요국 정상들과의 연쇄 통화와 면담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관계 개선, 한일 관계 정상화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기본 방향을 조기에 제시하며 대외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상외교는 국내 정치적 혼란이 대외 신뢰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새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또한 경제 외교 차원에서도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조기에 마련함으로써 경제 회복에 필요한 대외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 달간 '전력 질주'의 시간을 보낸 이재명 정부에게 이제는 '리스크 관리'와 '내실 다지기'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속도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시험대는 조만간 시작될 청문 정국이 될 전망이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국회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인사 검증 과정을 통해 새 정부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정치적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이 과정에서 '출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이나 도덕성 시비로 인한 지명 철회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초기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검증 시스템의 강화와 함께 야당과의 소통을 통한 원만한 인사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성공적인 청문 정국 통과는 향후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할 국정 동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인사 검증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경우, 새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분야에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 신호들을 실제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이를 일회성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30조 원 규모의 추경 효과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하반기부터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이 민간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이어져 자생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대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부동산 문제 관리다.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통념 속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새 정부 초반 경제정책의 신뢰도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1호 부동산 정책'으로 내놓은 초강력 대출 규제의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번 조치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집값 안정에 그치지 않고 새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인 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정교한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 달은 분명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적 공백을 신속히 메우고 경제 위기에 대한 초기 대응을 완료했으며, 대외적으로도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속도보다는 깊이가 중요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초기의 화려한 성과들이 실제로 국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정책의 실효성 확보와 함께 정치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 구조 하에서 주요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려면 보다 치밀한 정치적 전략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달은 첫 번째 달의 '속도전'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정 운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초기의 에너지와 추진력을 유지하면서도 신중함과 균형감을 잃지 않는 것이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