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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민들의 체감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과 수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면서,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이는 올해 5월 1.9%에서 0.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두 달 만에 다시 2%대를 회복한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를 살펴보면, 1월 2.2%로 시작해 2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2%대 초반을 유지했다. 이후 5월 1.9%로 일시적으로 2% 밑으로 내려갔으나, 6월 다시 2.2%를 기록하면서 올해 1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6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가공식품 부문이었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급등하며 2023년 11월 5.1%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0.39%포인트에 달해, 가공식품 물가만으로도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커피가 12.4%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고, 햄 및 베이컨이 8.1%, 빵이 6.4% 각각 올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으로 화제가 된 라면 가격도 전년 대비 6.9% 상승해 2023년 9월 7.2%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 박병선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식품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한 제조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이 소비자 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수산물 부문에서도 상당한 가격 상승이 관찰됐다. 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4% 급등해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고등어가 16.1%, 조기가 10.6%, 오징어가 6.3% 각각 올라 주요 생선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수산물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바다 온도 상승으로 어류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연안에서 주로 잡히던 어종들의 어획량 감소가 가격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농산물 부문에서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전체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는데, 이는 작년 크게 올랐던 과일 가격이 기저효과로 7.4% 떨어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채소류는 마늘 24.9%, 호박 19.9% 상승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0.2% 올랐다.

축산물 가격은 4.3%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이전 달에 비해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달걀 가격은 산지가격 상승 영향으로 6.0% 올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비스 부문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으며, 특히 개인서비스 분야가 3.3% 올라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는 인건비 상승과 임대료 인상 등이 서비스업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상승했다. 이 지표는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2.5%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실제 체감물가에 가까운 지표로 여겨진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보다 높은 수치로,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물가 부담이 통계상 수치보다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올라서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공식품과 수산물 가격 급등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공식품의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인상 압력이 예상된다. 수산물은 기후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가 중장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가격 불안정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유가 변동성의 주요 요인으로 남아있어 석유류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기초 식품류에 대한 공급 안정화 방안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수산업 정책 수립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