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의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를 회복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도 불구하고 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역수지는 90억 8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2018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6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수출액이 59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로, 지난 5월 감소세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한국의 월간 수출 흐름을 살펴보면, 2023년 10월부터 15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1월 감소로 전환했다. 이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6월의 4.3% 증가는 수출 회복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수출 증가는 특히 주력 품목들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각종 통상 분쟁 우려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6월 수출이 149억 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1.6% 증가했다. 이는 월간 반도체 수출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2월 소폭 감소(-3%)를 기록했으나, 3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데이터 처리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가격 상승 흐름도 수출액 증가에 기여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조절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제품 단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수출의 최대 효자 종목으로, 이번 사상 최대 실적은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도 6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6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성과다.

주목할 점은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대미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전체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 증가가 대미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았으며, 특히 중고차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 전체 증가세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고차 수출 증가는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 수출 호조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한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 혁신 노력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인 '트럼프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미 수출은 112억 4천만 달러로 0.5%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인 감소폭으로, 한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수출도 104억 2천만 달러로 2.7% 감소했다. 이는 중국 경제 둔화와 양국 간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이 자체 기술력 향상과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감소가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로 상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6월 수입액은 507억 2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4.3%)이 수입 증가율(3.3%)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그 결과 6월 무역수지는 90억 8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8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무역수지는 올해 1월 잠시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2023년 6월 이후 계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흑자 기조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무역수지 개선은 국내 경제에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외화 유입 증가로 환율 안정에 기여하고, 기업들의 투자 여력 확대와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정부의 재정 정책 운용에도 여유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6월 수출 실적은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여전히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이 남아있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이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의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강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시장 개척 노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수출 실적은 한국 경제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주력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결합되어 대외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