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의회에서 공화당 주도로 진행 중인 감세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국가별 상호관세를 재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90일간 유예해온 상호관세 정책의 향후 방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불리는 감세법안이 통과된 직후 국가별 상호관세를 설정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를 공개했다.
해싯 위원장은 '7월 9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관세율이 인상되는 걸 보게 되나'라는 질문에 "세금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마라톤 회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과 함께 무역 상대국을 하나씩 검토할 것이고, 최종 결정을 내려 관세율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싯 위원장은 "세계에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해온 모든 일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간 진행된 무역협상 성과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관세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발효일인 같은 달 9일부터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선언했었다. 이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은 각국과 집중적인 무역협상을 벌여왔으며, 유예 기간은 오는 7월 8일까지로 설정되어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유예를 연장하지 않으면, 이튿날인 7월 9일부터는 상호관세가 자동으로 부과되게 된다. 해싯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감세법안이 통과되면, 그간의 무역협상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국가별 맞춤형 상호관세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여러 차례 상호관세 유예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유예 기간 종료 전에 각 무역 상대국에 구체적인 관세율이 명시된 공식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무역협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의 무역협상 성과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수많은 협상을 갖고 있고, 두 자릿수"라고 밝히며, 10개국 이상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들 협상에 대해 "영국과 했던 것처럼 곧바로 합의될 프레임워크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프레임워크는 무역협상 진행 과정에서 최종 협정 서명 전에 주요 원칙과 방향을 담아 만드는 '협정 틀'을 의미한다. 이는 본격적인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기초 단계로, 양국 간 무역관계의 기본적인 합의사항을 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영국과 지난달 8일 프레임워크 합의에 도달한 후, 불과 8일 만인 지난 16일 최종 합의까지 완료하며 상호관세 유예 이후 첫 번째 무역협정을 성공적으로 체결했다. 이 영국 사례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속전속결' 방식의 협상을 통해 단기간 내에 다수 국가와의 무역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법안 통과와 상호관세 설정을 연계한 것은 국내 경제정책과 대외 무역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감세를 통해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무역협상 결과에 따른 차별적 관세 부과로 미국에 유리한 무역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복합적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대규모 감세정책을 포괄하는 종합 법안이다. 이 법안이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통과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무역정책 실행에 착수하여 양대 경제정책을 동시에 가동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연계는 미국의 무역 파트너국들에게는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를 통해 강화된 미국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보다 공세적인 무역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각국은 7월 9일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위한 막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글로벌 무역질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