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급증세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보수적 접근을 예고했다.

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를 포함한 한은 집행부는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한은 보고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정부의 대출 규제 방안은 같은 날 오전 8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확정되어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지난해 8월 수준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6월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018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거래량도 지난해 최고치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4주 차 서울 강남 3구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연율 환산 53.7%에 달하는 주간 0.83%의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추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주택 가격 오름세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특히 "향후 가계대출은 이런 주택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8~9월 중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한 달 사이 10조원 가까이 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해 8월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은 올해 5월 6조원에 이어 6월에는 이미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이런 과열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대출을 신청받으면 실행되기까지 1~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달 초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결론적으로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계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부동산으로만 자금이 집중되어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우려해왔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에서도 금융기관의 신용 공급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되면서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이 제약받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 신용은 총 1,923조 5,000억원 규모로, 전체 민간 신용의 4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은행은 부연했다.

한국은행은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도입할 수 있는 고강도 추가 규제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공식 보고했다. 한국은행은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지속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를 추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규제 방안으로는 먼저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확대 지정 및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언급했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집값이 유독 치솟은 주변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대출이나 수도권 유주택자 전세대출 등을 포함한 DSR 적용범위 확대도 함께 거론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자체 보고서에서 "정책대출이 DSR 규제 대상에서 빠진 가운데 커진 정책대출 비중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고 경고한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 상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 하한을 높이게 되면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소극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게 되어 사실상 대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은행의 발표는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앞으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운용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