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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와 급여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24년 장기요양 급여 비용이 처음으로 16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러한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0일 발간한 '202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는 116만5천 명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어도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이 건보공단에 신청하면 등급판정위원회에서 인정 여부와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의 경우 총 147만8천 명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했으며, 이 중 89.5%가 인정을 받았다. 이는 신청자 10명 중 9명이 장기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상태로 판정받았다는 의미로,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돌봄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24년 한 해 장기요양 급여 비용은 16조1천7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며 처음으로 1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단일 연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장기요양 급여 비용의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그 가파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9조8천248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11조1천146억원, 2022년 12조5천742억원, 2023년 14조4천948억원으로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왔다. 특히 최근 4년간 약 6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13%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장기요양 급여 비용 증가 속도가 노인 인구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는 1년 전보다 5.5% 증가했지만, 장기요양 급여 비용 증가율은 11.6%로 2배 이상 빨랐다. 이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중증도가 높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서비스 이용 패턴도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6조1천762억원의 급여 비용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금액은 14조7천674억원으로 전체의 91.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수치로, 공적 부담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급자 1인당 월평균 급여비용은 15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공단 부담금은 137만원이다. 나머지 13만원은 수급자 본인이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으로, 공단이 전체 비용의 91%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높은 공적 지원 비율은 노인 돌봄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재정 부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요양 급여를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수급자가 살던 집에 머물며 요양·목욕·간호 등 방문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가 9조2천41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체 급여비용의 57% 수준으로, 재가 중심의 돌봄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요양시설 등에 머무는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시설급여는 5조5천41억원으로 전체의 34% 정도를 차지했다. 재가급여가 시설급여보다 1.7배 정도 많은 것은 '집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에 대한 선호와 정부의 재가서비스 확대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재가급여의 높은 비중은 노인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고자 하는 욕구와 시설 입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정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강화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은 총 2만9천58곳으로 전년 대비 692곳(2.4%) 증가했다. 이는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 확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을 포함한 장기요양기관 종사 인력은 70만4천533명으로 1년 사이 4.5% 증가했다. 이는 70만 명을 넘어선 첫 번째 기록으로, 장기요양 분야가 주요한 일자리 창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 분야는 여전히 인력 부족과 처우 개선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경우 업무 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해 인력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 장기요양보험료도 증가했다. 작년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부과된 장기요양보험료는 1년 전보다 3.7% 증가한 10조7천772억원이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산정되는데, 현재 건강보험료의 12.81%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부과하고 있다. 급여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어서, 향후 재정 수지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60%), 국가 지원(20%), 지방자치단체 지원(20%)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급여비용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4년 19.2%에서 2030년 25.5%, 2040년 34.4%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 급여비용 증가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 돌봄 기능 약화로 인해 공적 돌봄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급속한 성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돌봄의 사회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여러 과제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현재의 급여비용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대에는 연간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급여의 효율성 제고, 예방 중심의 서비스 확대, 서비스 질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요양 인력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가족 돌봄과 공적 돌봄의 적절한 역할 분담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최근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 혁신,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강화 등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비용의 16조원 돌파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이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구조적 변화다.

앞으로는 장기요양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향상, 재정 효율성 제고, 돌봄의 사회적 가치 인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현재의 노인들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와 세대 간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