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5월 전산업 생산이 미국 관세정책 영향에 따른 제조업 부진 등으로 두 달째 뒷걸음질 치면서 한국 경제의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도 불구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모두 3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경기 회복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5(2020년=100)로 전달보다 1.1% 감소했다. 이는 올해 1월(-1.6%)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으로, 지난 4월(-0.8%)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0.8% 줄어들며 올해 1월(-3.8%) 이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한국 경제가 대내외 악재로 인해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전산업 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제조업 생산이 3.0%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광공업 전반의 부진이 전체 산업 생산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금속가공 분야에서 6.9%의 생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전방산업인 자동차업계와 건설업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산업 간 연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생산은 2.0% 감소하며 두 달째 생산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과 미국 현지 공장 가동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금속가공업의 경우 자동차와 건설 분야의 동반 부진이 원자재 및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조업 생태계 전반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달보다 0.1% 감소하며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보험 분야에서는 2.8% 증가했지만, 정보통신 분야가 3.6%, 운수·창고 분야가 2.4% 각각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보통신 분야의 부진은 IT 경기 둔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운수·창고 분야의 감소는 제조업 생산 부진과 수출 둔화에 따른 물류량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 부문에서는 소매판매가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실질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구재 판매는 1.2%, 준내구재 판매는 0.7% 각각 증가했지만, 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0.7% 감소하면서 상쇄된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3월과 4월 연이어 감소한 데 이어 1차 '필수 추경'이 집행된 5월에도 반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소비 진작에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매판매의 3개월째 부진은 가계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고, 물가 상승 부담과 경기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추경 예산의 가계 지원 효과가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4.7% 감소하며 지난 3월(-0.5%) 이후 3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를 미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설비투자의 지속적인 감소는 미래 생산 능력 확충이 지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설비 도입이나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연기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서는 건설기성이 전달보다 3.9% 감소하며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축 분야에서 4.6%, 토목 분야에서 2.0% 각각 공사 실적이 줄어든 결과다.

향후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설수주(경상)도 발전·통신 등 토목 분야에서 62.4% 급감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이는 건설업계의 현재 부진이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건설업계의 전면적 부진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정부의 건설 투자 축소, 민간 건설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대규모 토목 공사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인프라 투자 둔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도 모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액과 내수출하지수 등이 줄면서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건설수주액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현재의 경기 부진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특히 선행지수의 하락은 앞으로 몇 개월간 경기 회복이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진한 지표들에 대해 정부는 1차 추경 집행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공공행정이나 건설업, 제조업·서비스업 등 분야에서 시차를 두고 1차 추경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부진이 구조적인 문제와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추경 효과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에 대한 대응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5월 산업활동 지표는 한국 경제가 여러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생산 부진, 소매판매 침체, 설비투자 감소, 건설업 부진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고, 이것이 금속가공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비스업까지 부진이 확산되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추경 예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지표를 보면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