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8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과 관련해 모든 국가에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90일간 유예해온 상호관세를 본격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글로벌 무역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떻게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편지를 보낼 것이다. 나는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무역협상 대상 200개국과 모두 협상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보낼 관세 관련 서한이 "무역 협상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개별 국가별 협상 방식을 포기하고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발표한 무역 상대국별 상호관세를 효력 발생일인 같은 달 9일부터 90일간 유예했었다. 이후 미국은 국가별 무역협상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이러한 협상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적인 관세 부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일본에 대해서도 "서한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많이 수입하지 않는 대신 미국은 수백만 대의 일본 차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것은 불공평하다. 나는 그것을 설명하고 일본은 그것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큰 무역적자를 갖고 있고, 그들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석유가 있다. 그들은 많은 석유와 다른 것들을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수출을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일 무역관계에서 자동차 부문의 불균형을 핵심 이슈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의 자동차 대미 수출과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진출 격차를 강하게 문제 삼고 있어, 향후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만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할 일은 서한을 보내고 '축하한다. 미국에서 살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25%, 35%, 50% 또는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무역 불균형 이유에 따라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일부 국가에는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관세율을 적용하여 무역 불균형 해소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향후 서한을 통해 발표될 관세율이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차량을 파는 일에 너무 바빠서 그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특혜적 대우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시한을 9월 17일까지 또 연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틱톡을 살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구매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다. 부유한 사람들의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할 것 같고, 시진핑(중국 국가주席)이 그렇게 할 것이다. 약 2주 후에 말해주겠다"고 덧붙여 틱톡 매각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런 사기에 돈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중간에 있게 된다. 나는 그 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는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농장이나 호텔 등에서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을 보였다. "많은 사람이 하지 않을 힘든 일을 해온 사람들을 모두 데려가면 (미국인) 농부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농장이나 호텔 소유주가 정부의 이민 단속을 제어할 수 있는 "일종의 임시 허가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 정책 옹호자이지만, 가장 강력한 농민 옹호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하여 강경한 이민정책과 경제적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미국이 기존의 다자간 무역협상 방식을 포기하고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7월 8일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은 상당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대비한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