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영 특검보 [자료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양측 간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위법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안이 단순한 수사 절차를 넘어 헌정사상 초유의 법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2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소명했다"며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번 의견서 제출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라는 헌정사상 전례 없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본격적인 법적 대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대리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특검이 기본적인 피의자 소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으로, 수사기관의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대리인단은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현직 대통령 경험자라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수사 절차가 필요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 쟁점은 수사기관 간 연계성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해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찰이 3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경찰과 특검은 서로 다른 수사기관이므로 경찰의 출석 요구 불응을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적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는 윤 전 대통령 측의 핵심 논리로 귀결된다. 대리인단은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표명했다.
한편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2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특검팀이 제시한 구체적인 혐의는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하고,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 등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활동을 방해했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의 체포영장 청구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단 하루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였다. 특검팀은 이러한 신속한 조치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윤 전 대통령 측이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 의사를 명확히 밝힌 점을 들었다. 또한 지난 23일 내란 재판에서 특검의 위헌성을 주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윤 전 대통령의 자진 출석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의 이러한 판단은 수사의 효율성과 증거보전의 필요성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건의 중대성과 관련 증거의 인멸 가능성, 그리고 피의자의 지속적인 수사 비협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체포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측은 체포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직후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리인단은 언론에 낸 입장문에서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며 특검과의 협력 의사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입장"이라고 밝혀 수사 협력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이러한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특검팀의 성급한 체포영장 청구가 불필요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즉,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자진 출석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일방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양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르면 25일 중으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의 경우 구속영장과 달리 별도의 피의자 심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
법원의 결정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사안의 중대성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중대한 사건으로, 관련 수사의 공익성과 시급성이 인정될 수 있다. 둘째는 피의자의 지위다. 윤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로서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하자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수사 협력 의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향후 수사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황에서 강제수사가 불가피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법원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균형있게 고려하여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별 수사 사건을 넘어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법원의 결정이 향후 유사한 사안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사건은 특별검사제도의 독립성과 권한 범위, 그리고 수사기관 간 연계성에 대한 법리적 해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경찰과 특검의 별개 기관론은 향후 특검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안은 피의자의 방어권과 수사기관의 수사권 행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전직 대통령과 같은 특수한 지위를 가진 피의자에 대한 수사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법치주의 수준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요청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는 체포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는 특검팀의 주장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