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취임 18일 만에 이뤄진 이번 공식 초청은, 지난 취임 당일 국회 사랑재에서 간단한 오찬을 가진 것에 이어 여야와의 본격적인 소통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첫걸음이었다.
이날 회동은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대통령실의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김병기 직무대행은 각 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착용해 ‘정치적 통합’의 상징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했다.
행사 초반 분위기는 다소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예정 시간보다 9분 먼저 입장해 먼저 도착한 참석자들에게 “왜 이렇게 빨리 오셨냐”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송언석 원내대표에게는 “제가 축하드린다. 선거는 언제나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오찬에 앞서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오찬 테이블에는 통합과 조화를 상징하는 '오색 국수'와 함께 전국 각지의 재료를 모아 조리한 상차림이 준비됐다. 강원도 잣죽, 서산산 한우 양념구이, 완도 전복 냉채, 주문진산 대구 소금구이 등 ‘동서남북’의 재료가 어우러져 ‘화합의 식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회동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긴장으로 전환됐다. 이 대통령이 먼저 G7 정상회의의 외교적 성과를 설명하고 대외 현안, 추경안 처리 등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후 이어진 야당 측 발언은 ‘작심 발언’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평가하며 "국민 통합과 올바른 국정운영을 한다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A4 용지 3장 분량의 발언문을 꺼내 이 대통령의 재판 문제, 사법부 독립 논란 등 민감한 사안들을 하나씩 지적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준비된 원고로 공세를 펼쳤던 모습과 맞물려 상징성을 더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송언석 원내대표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49.4%의 국민이 이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50.6%는 그렇지 않았다”며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위해 야당의 고언을 새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한 재산 형성 과정 관련 의혹과 태도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런 인물이 총리가 되면 여야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마시는 제스처로 응답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병기 직무대행은 방어에 나섰다.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를 초청했는데, 이전 정부는 720일이 걸렸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국민 통합과 정치 복원은 원래 우리 쪽이 먼저 주장했던 것”이라며 “처음부터 염려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협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허니문’이란 표현을 써가며, 여야가 초반만큼은 협조적인 태도로 국가 운영의 기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번 회동은 외형적으로는 통합과 협치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으나, 실제 대화 내용에서는 치열한 의견 교환과 날선 발언이 오가며 향후 여야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조언과 비판을 정책과 국정 운영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