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청사 전경 [자료사진=연합뉴스]

한 달 가까이 중단됐던 미국 유학·연수 비자 발급이 재개됐다. 그러나 강화된 심사 기준이 적용되면서 외국 유학생들과 학자들 사이에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외국인 유학생 및 연수생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 절차를 공식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급이 재개된 비자는 유학생(J 비자), 직업훈련(M 비자), 교환연수 및 교수 대상(F 비자)으로, 학업 및 교육·연구 목적의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비자 발급 절차는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질 전망이다. 특히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새 지침에 따라 비자 신규 신청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의 게시물까지 검토 대상이 된다. SNS 접근을 거부할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이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모든 학생 및 교환 방문 비자 신청자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철저한 검토를 실시할 것”이라며 “영사관 직원들은 신청자들이 미국의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지를 주의 깊게 살필 것”이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은 곧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 대한 적대성’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미국이 외국인의 과거 SNS 게시물을 이유로 비자를 거부하는 데 대해 시민단체와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이념적 순응을 강요하고, 미국 정치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게 만드는 자기 검열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소개했다. 실제로 이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반이민 정책 및 보안 강화 조치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진보 성향의 미국 대학들을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보고 있다. 유학 및 연구 비자를 고리로 삼아 외국인 학생과 학자들의 체류 자격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되었거나,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외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발언 이후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에 대한 비자 심사가 대폭 강화되었고, 일부 비자는 실제로 취소됐다.

한편 하버드대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던 일부 외국인 유학생 및 연구자에 대한 비자 발급이 갑작스레 중단되었다가, 연방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재개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계 미국 유학생 활동가 마흐무드 칼릴의 영주권이 박탈되고, ‘미국 외교정책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는 비자 및 체류 자격 심사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키우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교육협의회의 사라 스프라이처 부회장은 “이번 조치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일종의 정치적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작용할까 매우 우려된다”며 “이전에는 없던 방식이며, 향후 실제 적용 방식에 따라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자 발급은 주권 국가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할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문·연구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침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학업과 연구를 계획 중인 전 세계의 학생들과 학자들에게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정치적 선택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