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을 겨냥한 다수의 군사적 옵션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으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실행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첫 번째 공식 발언으로 평가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직접 지원할 계획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하지만 그는 "국방부에서 우리의 임무는 선택지를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와 그 파급효과를 상세히 설명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란 사태에 대해 단순한 관망자 입장이 아닌,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헤그세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과 평화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군은 이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한 점이다. 이는 미군의 작전 준비 상태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가장 구체적인 군사적 옵션으로 거론된 것은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폭탄의 이스라엘 제공 여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군이 제시한 군사 옵션들 중에 벙커버스터와 전략폭격기 지원이 포함되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벙커버스터 폭탄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 무기체계다. 특히 이란 산악지대 지하 깊숙이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유한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이 필수적이며, 이 폭탄은 오직 미군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제약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 때문에 벙커버스터 지원은 단순한 무기 제공을 넘어서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의미하게 된다. B-2 폭격기의 운용과 관련 작전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중동 지역 전체의 확전 가능성을 높이는 중대한 결정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군은 이미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군은 F-16, F-22, F-35 등 최신예 전투기들과 함께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중동 지역에 배치했으며, 공중급유기 전력도 대폭 증강한 상태다. 이러한 전력 배치는 언제든지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합의를 했어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세계가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언급해 왔다. 이는 이란의 핵 개발 포기가 군사적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동 정세는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 능력의 결정적 단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지난 13일부터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공습을 개시했다. 이는 이란의 핵 개발을 원천 차단하려는 이스라엘의 선제적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을 지켜보기 위해 최종 공격 명령은 보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해결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중동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의 안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고려해 미군에게 '최대한의 보호'가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 가능성을 미국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상황은 미국의 결정에 따라 중동 지역의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본격 지원할 경우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중동 전체를 전면전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주시하며 외교적 해결책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