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전례 없는 강경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하며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연쇄 게시글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제거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실상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우리는 (이란의)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거(take out)”라는 표현 옆에 괄호를 넣어 “살해!(kill!)”라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신변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강경 발언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고, 동시에 미국이 군사력으로 이란의 정권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우리는 (이란이) 민간인이나 미국 군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글에서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냈으며, 다른 게시물에서는 “이제 우리는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상공의 장악 주체를 ‘이스라엘’이 아닌 ‘우리(We)’라고 명시한 점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제공권 확보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같은 날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약 1시간 20분 동안 NSC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에 대한 미국의 개입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직전 그는 G7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하루 앞당겨 캐나다에서 급히 귀국한 바 있으며, 이는 중동 상황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CNN은 이날 관련 보도에서 미 정부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에는 점점 흥미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 지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넘어서, 군사적으로 이란의 핵시설 파괴와 정권 전복까지 모색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은 현장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F-16, F-22, F-35 등 첨단 전투기들과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을 중동 지역에 추가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베트남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국방부는 이번 병력 증강이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란 상공 장악을 선언한 이상 실제 군사행동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습이나 벙커버스터(지하시설 파괴용 정밀유도폭탄) 제공 등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직접 지원할 경우, 미국은 본격적으로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개입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에 충분한 외교적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하면서, 이란의 정권 교체 또는 핵시설 파괴라는 강경한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양극단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전면 중단과 같은 유화책을 선택하고 미국에 항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의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축출한 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는 ‘큰 그림’이 가시화될 수 있다.
반면, 이란이 ‘시아파 맹주’로서 저항을 선택하고 무력 충돌이 장기화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군사개입 확대라는 외교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했던 ‘중동 거리두기’ 및 ‘중국 견제 집중’이라는 국가안보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정권 초기부터 안보 전략의 균형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란의 선택이 중동의 미래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복이냐 저항이냐, 체제 유지냐 붕괴냐—이란의 대응이 세계 안보 지형에 미칠 파장은 실로 막대할 것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