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국제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 출발했다. 미국의 중동 지역 직접 군사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큰 폭 상승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9분 현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362.7원보다 13.8원 오른 1,376.5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보기 드문 급등세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환율은 장 개장과 동시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종가보다 17.2원이나 오른 1,379.9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곧바로 1,380.0원을 터치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넘나들었다. 이후 다소 조정을 받으며 1,37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날 주간 개장가 상승 폭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전날 대비 17.2원 상승한 개장가는 미국과 중국 간 상호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 우려가 극에 달했던 지난 4월 7일 27.9원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는 현재 외환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달러 강세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7% 오른 98.780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가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에서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직접적인 배경에는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 개입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란 분쟁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더욱 시장을 자극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제거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또한 이란에 대해 "무조건 항복하라"고 직접 촉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중동 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교 및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수일 내에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겨냥한 군사작전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관측들이 금융시장에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전형적인 '위험 회피(Risk-off)' 모드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때마다 나타나는 패턴으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는 달러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반면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어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단기간에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미군의 중동 개입설로 인한 위험회피 심리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예상과 달리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부분도 원화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에 따라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혁 연구원은 "향후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늘 환율은 추가 상승이나 급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대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중동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외교적 해결책이 모색되거나 갈등이 진정된다면 환율은 빠르게 하락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현재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만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7.05원을 나타내며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 941.78원보다 5.27원 올랐다. 엔/달러 환율도 0.39% 오른 145.295엔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 강세 현상이 아시아 통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 상황이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달러 강세 트렌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출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원화로 환산할 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글로벌 경제 불안정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 당국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급격히 변동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국 향후 원/달러 환율의 향방은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과 미국의 대응, 그리고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