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 충격에 직면하면서, 오는 205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및 의료비 지출이 지금의 두 배 수준인 2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단순한 복지 부담 증가를 넘어,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개인 후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6월 17일 발표한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취업자 수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추세 취업자 수'라는 개념을 도입해 노동시장의 중장기 변화를 평가했다. 추세 취업자 수는 경기의 일시적 등락을 배제하고, 인구 구조와 노동시장 구조에 기반한 ‘경제 중립적’인 고용 수준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추세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약 10만 명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된 수치로, 특히 올해 상반기(1~5월) 실제 취업자 수가 이 추세 수준을 약간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고용 상황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등 외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용 회복세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추세 취업자 수가 2032년경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더라도 고용은 줄어드는 구조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2050년쯤에는 전체 취업자 수가 2023년 대비 약 9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변화는 곧장 생산 가능 인구의 축소와 맞물리며, GDP 성장률을 짓누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취업자 수 감소는 노동 투입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생산의 핵심 요소가 줄어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특히 2030년대 초부터 노동이 GDP 성장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 시작할 것으로 보며, 2050년경에는 자본 투입과 기술 발전을 감안하더라도 GDP 성장률이 0% 중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실상 경제의 정체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연금과 의료비 지출 증가다. 고령화는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추고, 동시에 복지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이중의 영향을 낳는다. 한국은행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현재 GDP의 약 10% 수준인 연금·의료비 지출이 2050년에는 20%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직접적인 부담을 가하는 요인이다. 특히 고령층 비중이 커지면서 세입 기반은 줄어드는데, 세출은 늘어나는 구조적인 재정 악순환이 우려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향후 25년간 경제활동참가율이 평균적으로 4%포인트만 상승해도, 취업자 수 감소 시점을 5년가량 늦출 수 있고, 2050년에는 현재 대비 95% 수준의 취업자 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1인당 GDP 성장률도 0.3%포인트 상승하고, 연금·의료비 지출 부담도 GDP 대비 1.3%포인트 완화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한국은행의 이영호 조사국 고용동향팀 과장은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이에 따른 취업자 수 둔화는 한국 경제의 성장 한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생산성 제고와 함께 여성, 고령층, 청년층 등 비활성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통한 경제활동참가율 제고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30년대 초부터 본격화될 노동력 감소와 이에 따른 성장 정체, 재정 부담 증가는 한국 경제에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절벽의 그림자가 현실화되기 전, 정부와 사회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