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리박스쿨 사무실 압수수색 [자료사진=연합뉴스]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리박스쿨’과 관련된 강사들이 전국 57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수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도 수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현장조사와 함께 관련 단체에 대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6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리박스쿨 관련 늘봄학교 강사 전수조사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리박스쿨과 연관된 강사 43명이 전국 7개 시·도 57개 초등학교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2명은 현재도 늘봄학교 수업을 맡고 있는 상태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6월 초부터 13일까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 전수조사에 따른 것이다. 조사는 2021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간의 활동 내역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교육부는 강사의 소속, 자격 취득 경로, 연수 이수 내역 등을 기준으로 리박스쿨과의 연관성을 따졌다. 판단 기준은 ▲리박스쿨 관련 기관에서 파견되었는지, ▲해당 기관이 운영한 연수를 이수했는지, ▲기관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관련 단체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 ▲글로리 사회적협동조합 ▲우남네트워크 ▲프리덤칼리지장학회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 등 5곳이 포함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이 가장 많았다. 총 17명의 강사가 20개 초등학교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4명이 14개 학교에, 경기도는 6명이 10개 학교에서 활동했다. 이 외에도 인천(2명·5곳), 부산(2명·4곳), 광주(1명·3곳), 강원(1명·1곳) 등지에서도 활동 흔적이 확인됐다.

특히 부산과 경기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리박스쿨 관련 강사들이 꾸준히 늘봄수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발성 활동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교육 시스템에 관여해 온 정황을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당초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합동 점검에서 11명의 강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추가로 3명이 더 확인돼 총 14명이었다. 추가된 인원은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이 발급한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혜란 교육부 늘봄지원국장은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학교가 직접 리박스쿨 관련 기관과 계약한 사례는 없었다”며 “강사들이 수업한 과목은 대부분 과학, 체육, 미술, 음악으로 역사 과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32명의 리박스쿨 관련 강사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학교와 개별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단지 리박스쿨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긴 어렵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번 주부터 리박스쿨 관련 강사가 수업한 57개 초등학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착수할 계획이다. 수업 내용뿐 아니라, 해당 학교에 접수됐던 민원이나 학부모의 문제 제기 사례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리박스쿨 관련 단체 중 하나인 ‘한국늘봄교육연합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예고됐다. 예 국장은 “해당 단체는 사단법인을 사칭한 정황이 있으며,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한 불안을 초래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사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박스쿨 관련 단체 중 하나인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의 조윤희 상임위원장이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조 위원은 2023년 12월 27일 위촉됐고, 2024년 1월 22일부로 연임됐다”며 “현재 정책자문위원회는 곧 새 정부 체제에 따라 재구성 예정이라 별도 해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해당 사안이 정치적 성향과 교육 행정이 뒤엉킨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특정 이념을 가진 단체가 공교육 내부에 침투하는 걸 막기 위해선 보다 엄격한 검증 절차와 이력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박스쿨 관련 논란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중립성과 학부모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늘봄학교 강사 선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