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현판 [자료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해병대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공수처는 13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며 핵심 인물에 대한 신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팀(차정현 부장검사)은 김 단장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가 개입됐다는 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훈련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이었다.

해병대 수사단은 같은 해 8월 2일,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같은 날,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수처는 김동혁 단장이 당시 대통령실로부터의 지시를 직접 받아 이 사건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 기록에 따르면, 사건 회수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경북경찰청 관계자들 사이에 통화가 순차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공수처는 이 통화망 속에 김 단장이 깊숙이 연결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김 단장이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단장은 지난해 7∼8월 외압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통화 내역이 모두 삭제된 이른바 ‘깡통폰’을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당 기간은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단장의 조사를 마친 뒤, 다른 국방부 및 군 관련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는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 그리고 수사 라인이 유기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수처의 이 같은 수사는 채 상병 사건을 전담하게 될 ‘특별검사팀’의 출범 시점과 맞물려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별검사팀은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공수처는 현재까지의 모든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정리해 특검에 이관하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단장 조사 이후 관련 군 인사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특검 수사가 개시되면, 확보된 자료는 모두 넘겨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군내 사망 사고를 넘어, 대통령실이 수사에 개입했는지 여부, 그리고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중대한 헌정 질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 역시 정치권과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시작될 전망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